왜 팀의 규모는 계속 작아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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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5명 팀장, 지금은 1명 팀장: 왜 팀의 규모는 계속 작아지는가?
"15년 전, 30대 후반에 처음 팀장이 되었을 때는 부서원 4~5명을 이끄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40대 중반이 된 지금, 내 아래 직원은 단 한 명뿐이다."
많은 직장인이 공감할 만한 이 이야기는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과거 기업의 성장을 상징하던 거대한 피라미드 조직은 점차 사라지고, 소규모의 날렵한 팀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팀장의 어깨는 여전히 무겁지만, 그 아래에서 함께 일하는 팀원의 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과연 무엇이 이러한 변화를 만들었을까? 크게 4가지 관점에서 원인을 분석할 수 있다.
관리자에서 '플레이어-코치'로, 팀장의 역할 변화
과거의 팀장은 주로 '관리자(Manager)'의 역할에 집중했다. 팀원의 업무를 분배하고, 진행 상황을 점검하며, 성과를 평가하고, 상부에 보고하는 것이 핵심 임무였다. 즉, 팀장이 직접 실무를 처리하기보다는 팀원들이 업무를 잘 수행하도록 관리하고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지금의 팀장은 '실무형 리더(Player-Coach)'가 되기를 요구받는다. 팀에서 가장 뛰어난 실무 역량을 가진 전문가로서, 직접 핵심적인 업무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팀원을 이끌어야 한다. 관리와 보고를 위한 시간보다 실무에 투입해야 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플레이어-코치' 모델에서는 팀장이 관리할 수 있는 인원의 물리적 한계가 명확해지고, 자연스럽게 1~2명의 소수 정예 팀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저성장 시대의 생존 전략: 효율성과 비용 절감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 경제는 고성장을 구가했고, 기업들은 외형 확장에 적극적이었다. 인력을 많이 채용하고 부서를 늘리는 것이 곧 회사의 성장을 의미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저성장 시대에 진입하면서 기업의 경영 기조는 '성장'에서 '생존'과 '효율'로 바뀌었다.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의 성과를 내야 하는 압박 속에서, 비대한 조직은 가장 먼저 수술 대상이 되었다. 여러 명의 팀원으로 구성된 전통적인 팀 구조는 인건비 부담이 클 뿐만 아니라, 의사결정 속도도 느리다는 단점이 명확했다. 기업들은 핵심 인재 중심으로 팀을 재편하고,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수행하는 '멀티플레이어'를 선호하게 되었다. 그 결과 팀의 규모는 자연스럽게 축소되었다.
기술의 발전과 협업 도구의 보편화
15년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수많은 기술과 협업 도구가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슬랙(Slack), 노션(Notion), 아사나(Asana), 지라(Jira) 등은 팀원 간의 소통과 프로젝트 관리를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과거에는 팀장이 중간에서 정보의 허브 역할을 하며 일일이 업무를 조율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투명하게 공유되는 협업 도구를 통해 각자가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 단순 반복 업무는 자동화 툴이 대체하고, 데이터 분석과 같은 전문적인 업무는 개인이 강력한 소프트웨어의 도움을 받아 처리한다. 이처럼 기술의 발전은 '관리'를 위한 중간 계층의 필요성을 줄였고, 개개인의 생산성을 극대화하여 소규모 팀으로도 충분히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수평적 조직'과 '전문가' 중심의 문화 확산
과거의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조직 문화는 점차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문화로 바뀌고 있다. 특히 IT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확산된 애자일(Agile) 방식은 직급과 직책에 얽매이지 않고, 특정 목표를 위해 전문가들이 모여 자율적으로 일하는 '스쿼드(Squad)'나 '셀(Cell)' 조직을 탄생시켰다.
이러한 조직에서는 전통적인 의미의 '팀장'과 '팀원'이라는 개념이 모호해진다. 대신 프로젝트 리더(PL)나 프로덕트 오너(PO)와 같이 특정 역할에 대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구조가 선호된다. 연차나 직급이 아니라 해당 분야의 가장 깊은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리더 역할을 맡는다. 이는 '관리 역량'보다 '전문 역량'이 더 중요해졌음을 의미하며, 거대한 팀을 이끄는 것보다 특정 분야의 독보적인 전문가로 인정받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커리어로 여겨지는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다.
결론적으로, 현재 40대 팀장이 1~2명의 팀원만을 두는 현상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시대적·구조적 변화의 자연스러운 결과다. 팀장의 역할은 '관리자'에서 '최고 실무 전문가'로 변했고, 기업은 저성장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으며, 기술의 발전은 소수 정예 조직을 가능하게 했다. 이제 리더십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관리'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깊은 전문성으로 팀의 성과를 '견인'하느냐로 평가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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