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에어팟 프로 3가 PPG 신호를 감지하는 방법
목차
차세대 에어팟 프로 3, '이것'으로 당신의 심장을 읽습니다
PPG 센서의 모든 것: 기본 원리부터 움직임 노이즈 제거 기술까지
내 귀가 심박수 측정기? PPG의 원리
최근 루머에 따르면 신형 에어팟 프로 3에 심박수, 체온 등 헬스케어 기능이 탑재될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심박수 측정에 사용되는 PPG(Photoplethysmography, 광혈류 측정) 센서는 이미 스마트 워치에서 널리 쓰이는 기술이죠. 하지만 귀는 손목과 어떻게 다를까요? 원리는 간단합니다. 귓속 피부에 LED 빛을 쏘고, 혈관 속 혈액의 흐름에 따라 빛이 반사되거나 흡수되는 양의 변화를 포토다이오드 센서로 감지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볼까요?
어두운 곳에서 손가락 끝에 손전등을 비추면 붉게 보이는 것과 비슷해요. 심장이 뛸 때마다(수축) 혈관 속 혈액량이 순간적으로 늘어나고, 이때는 빛이 더 많이 흡수됩니다. 반대로 심장이 잠시 쉴 때(이완)는 혈액량이 줄어 빛이 더 많이 반사되죠. 이 미세한 빛의 변화를 주기적으로 측정하면 심장이 얼마나 빨리 뛰는지 알 수 있습니다.
심장의 리듬을 눈으로 보다: PPG 파형
이렇게 측정된 빛의 변화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 바로 'PPG 파형'입니다. 심장이 한 번 뛸 때마다 파형이 하나의 산봉우리처럼 나타나죠. 이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의 간격을 측정하면 심박수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아래 차트는 이상적인 환경에서 측정된 깨끗한 PPG 파형의 모습입니다.
이상적인 PPG 파형
가장 큰 숙제: '움직임 잡음(Motion Artifact)'과의 전쟁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 다릅니다. 우리가 걷거나, 뛰거나, 심지어 말하기 위해 턱을 움직일 때도 에어팟은 미세하게 흔들립니다. 이 흔들림 때문에 센서와 피부 사이의 거리가 바뀌고, 심장 박동과 관계없는 엉뚱한 신호가 섞여 들어오게 됩니다. 이것을 '움직임 잡음' 또는 '모션 아티팩트(Motion Artifact)'라고 부릅니다. 이 잡음은 실제 심박 신호보다 훨씬 클 수 있어서 정확한 심박수 측정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입니다.
움직임 잡음(Noise)이 섞인 신호 vs 정제된 신호
현재 '잡음 섞인 신호'를 보고 있습니다. 파형이 매우 불규칙합니다.
움직임 잡음을 제거하는 기술들
그렇다면 엔지니어들은 이 골치 아픈 잡음을 어떻게 제거할까요? 여러 가지 정교한 기술이 사용됩니다.
- 가속도계(Accelerometer) 활용: 에어팟에는 움직임을 감지하는 가속도계 센서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이 센서로 '움직임 잡음'의 패턴을 파악하고, PPG 신호에서 이 잡음 패턴과 유사한 부분을 수학적으로 빼내는 '적응형 필터(Adaptive Filter)' 기술을 사용합니다.
- 다중 파장 LED 사용: 서로 다른 파장(색)의 빛은 피부를 투과하는 깊이나 특성이 다릅니다. 여러 개의 LED를 동시에 사용하여 얻은 신호들을 비교 분석하면, 어떤 것이 진짜 심박 신호이고 어떤 것이 잡음인지 더 잘 구분할 수 있습니다.
- 신호 분해 알고리즘: 복잡하게 섞인 신호를 '독립 성분 분석(ICA)'이나 '웨이블릿 변환(Wavelet Transform)' 같은 고급 신호 처리 기법으로 여러 개의 기본 신호로 분해합니다. 그 후, 심박 신호의 특징을 가진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버리는 방식입니다.
초록불 vs 적외선: 보이지 않는 빛의 어려운 도전
PPG 센서에는 주로 초록색(Green) LED나 적외선(Infrared, IR) LED가 사용됩니다. 스마트 워치는 대부분 초록색 빛을 사용하죠. 언뜻 생각하면 신호가 더 강한 초록색 빛이 더 좋을 것 같지만, 최근 기술 트렌드는 사용자 경험을 위해 더 어렵고 민감한 IR 센서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Green LED (초록색 빛)의 명확한 장단점
혈액 속 헤모글로빈은 초록색 빛을 매우 잘 흡수합니다. 덕분에 혈류량 변화에 따른 신호의 세기가 강하고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납니다(높은 신호 대 잡음비, SNR). 하지만 이 밝은 초록색 빛은 눈에 보인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 24시간 내내 착용하거나 수면 중에 심박수를 측정할 때, 주기적으로 깜빡이는 녹색 불빛은 상당한 불편함과 수면 방해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IR LED (적외선 빛)의 기술적 과제
적외선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 사용자에게 아무런 시각적 방해를 주지 않습니다. 이것이 24/7 헬스케어, 특히 수면 분석용 웨어러블 기기에서 IR 센서를 선호하는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는 훨씬 다루기 어렵습니다. 적외선은 헤모글로빈에 대한 흡수율이 초록색 빛보다 낮아 심박으로 인한 신호의 크기 자체가 작습니다. 신호가 작다는 것은, 같은 움직임이 발생해도 신호 대비 잡음의 비율이 훨씬 커진다는 의미입니다. 즉, IR은 움직임 잡음에 더 민감하고, 약한 신호 속에서 실제 심박을 찾아내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결론: 기술적 난이도는 IR 방식이 더 높습니다.
IR 방식은 신호의 절대적인 크기가 작아 '신호 대 잡음비(SNR)'가 낮습니다. 따라서 작은 움직임에도 신호가 잡음에 쉽게 묻혀버립니다. 이처럼 미약하고 노이즈에 취약한 신호로부터 정확한 심박 정보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Green 방식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강력한 신호 처리 알고리즘과 하드웨어 필터링 기술이 필요합니다. 보이지 않는 빛으로 최상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엔지니어들은 더 어려운 기술적 과제를 해결하고 있는 셈입니다.
마치며: 귀 안의 작은 건강 비서
차세대 에어팟 프로에 PPG 센서가 탑재된다면, 우리는 일상 속에서 더욱 편리하게 건강 데이터를 얻게 될 것입니다. 음악을 듣는 동안, 통화하는 동안에도 우리의 몸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줄 수 있죠. 물론, 작은 이어버드 안에서 움직임 잡음을 완벽하게 제어하고, 특히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IR 센서를 사용해 정확도를 확보하는 것은 여전히 큰 기술적 도전 과제입니다. 하지만 기술은 늘 그렇듯 한계를 뛰어넘어왔고, 귀 안의 작은 건강 비서가 우리 삶을 또 어떻게 바꿔놓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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