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의 금리와 가격 쉽게 이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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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금리와 가격, 왜 반대로 움직일까? (정기예금으로 이해하기)

 채권 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 가장 헷갈려 하는 개념 중 하나가 바로 금리와 채권 가격의 상관관계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를 더 많이 받는 건데, 왜 채권 가격은 떨어진다는 걸까?"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가 익숙한 '정기예금'에 빗대어 쉽게 설명해 드릴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채권을 정기예금으로 바꾸어 생각하면 금리와 채권 가격의 역학 관계를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시와 함께 이해하기: 할인채와 정기예금

가장 간단한 형태의 채권인 할인채를 예로 들어볼까요? 할인채는 중간에 이자를 지급하지 않고, 만기에 원금과 정해진 이자를 한꺼번에 받는 방식입니다.

상황 설정:

  • 투자자 A: 90만원을 투자하여 2년 후 1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할인채를 구입했습니다. 이는 연 금리 약 5%에 해당하는 투자입니다.

  • 정기예금으로 생각해보면: 2년 만기 연 5% 정기예금에 90만원을 예치하고, 만기에 100만원을 받는 것과 같습니다.

이제 이 '정기예금 통장'을 사고팔 수 있다고 가정하고, 금리 변화에 따라 이 통장의 가치가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금리 하락 시: 채권 가격 상승

다음날, 시중 금리가 급락하여 2년 만기 연 2% 정기예금 상품이 새로 출시되었습니다. 이 상품은 96만원을 투자하면 2년 후 100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투자자 A의 상황:

투자자 A는 자신이 가진 연 5% 정기예금 통장을 팔려고 합니다. 새로 나온 연 2% 상품보다 이자율이 훨씬 높으므로, 이 통장은 더 가치 있게 여겨집니다. 따라서 A는 자신의 통장을 96만원에 팔기로 결정했습니다.

  • 결과: 90만원에 구입한 통장을 96만원에 팔았으므로, A는 6만원의 즉각적인 수익을 얻게 됩니다.

  • 오해: "2년 뒤 10만원(원금 90만원 + 이자 10만원 = 100만원)을 받을 수 있었는데, 겨우 6만원밖에 못 벌었으니 손해 본 거 아닌가?"

  • 진실: 진실: 그렇지 않습니다! A는 이미 통장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6만원의 수익을 벌었습니다. 당장 6만원을 벌었으니 이 돈으로 다른 곳에 투자하거나 쓸 수 있죠. 2년 뒤에 10만원을 받는 것도 좋지만, 지금 당장 6만원을 벌어서 다른 기회를 잡는 것도 똑같이 소중한 이득입니다. 만약 A가 나중에 금리가 다시 오를 거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96만원을 챙겨서 기다렸다가 더 좋은 조건의 새로운 정기예금(채권)이 나올 때 다시 투자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 연 4.9% 수익률인 상품은 5% 정기예금 보다 수익이 낮아 덜 매력적이었지만, 이제는 정기예금보다 수익이 좋기 때문에 투자를 변경하는 것이 이익인 것입니다.

2. 금리 상승 시: 채권 가격 하락

이번에는 금리가 치솟아, 다음날 은행에서 연 10% 2년 만기 정기예금에 80만원만 넣어도 1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투자자 A의 상황:

투자자 A가 가진 연 5% 정기예금 통장은 이제 매력이 없어집니다. 다른 사람들은 80만원만 넣으면 100만원을 받을 수 있는데, 누가 90만원짜리 연 5% 통장을 사려 할까요? A는 자신의 통장을 팔기 위해 10만원 손해를 보고 80만원에 내놓아야 팔릴 것입니다.

  • 오해: "그럼 안 팔고 만기까지 100만원 받으면 손해 안 보는 것 아닌가?"

  • 진실: 엄밀히 말하면 손해를 보는 것이 맞습니다. 원금 기준으로 마이너스가 아니므로 '원금 손실'은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기회비용'입니다. 2년 동안 다른 투자자들은 연 10%의 수익률로 자산을 불려나갔습니다. 이에 비해 A는 연 5%에 머물렀으므로 상대적으로 손해를 본 것입니다. 게다가 금리가 10%라면 물가상승률도 그에 준할 가능성이 높아, 실질 이자는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경제에서는 기회비용을 날리는 것 역시 손해로 간주됩니다. 마치 현금을 금고에 오래 넣어두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가치가 떨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핵심 요약: 금리와 채권 가격은 왜 반대로 움직일까?

위 예시에서 알 수 있듯이, 금리와 채권의 거래 가격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그 이유는 채권은 만기에 받을 수 있는 **고정된 금액(원금 + 이자)**을 기준으로 현재 시점에서 얼마짜리 투자 상품으로 간주해야 하는지 계산되기 때문입니다.

  • 금리 상승: 시중 금리가 오르면, 기존에 발행된 낮은 금리의 채권은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집니다. 투자자들은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새로운 채권을 선호하므로, 기존 채권의 가격은 하락해야 팔립니다.

  • 금리 하락: 시중 금리가 내리면, 기존에 발행된 높은 금리의 채권은 상대적으로 매력이 커집니다. 투자자들은 더 높은 금리를 받기 위해 기존 채권을 찾으므로, 기존 채권의 가격은 상승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채권 금리를 '할인율'이라고도 부릅니다. 미래에 받을 현금을 현재 가치로 할인하는 비율이기 때문입니다.

채권은 고정금리 상품! (feat. 듀레이션)

채권은 기본적으로 변동금리가 아닌 고정금리 상품입니다. 즉, 채권을 매수한 후 시중 금리가 오르거나 내려도, 이미 보유한 채권의 약정 금리는 변하지 않습니다. 이 점이 정기예금과 매우 유사하여 둘을 매칭하면 이해가 훨씬 쉬워집니다.

물론 현실의 정기예금은 중도 해지 시 원금 보장이 된다는 점에서 채권과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중도 해지가 불가하고 매매는 가능한 고정금리 정기예금'이라고 생각하시면 금리와 채권 가격의 관계를 명확하게 기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금리 변화에 따른 채권 가격의 민감도를 측정하는 중요한 개념이 바로 **듀레이션(Duration)**입니다. 듀레이션이 길수록 금리 변화에 채권 가격이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듀레이션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제 블로그 글 채권 듀레이션(Duration)이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채권은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기본적인 원리를 이해하면 투자 결정에 큰 도움이 됩니다. 금리와 채권 가격의 역학 관계를 명확히 파악하시어 성공적인 채권 투자를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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