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 마인더와 창립자 한스 로슬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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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세상의 오해를 바로잡다: 갭마인더와 한스 로슬링 이야기

세상은 점점 나빠지고 있을까? 빈부 격차는 극심해지고, 가난한 나라는 영원히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을까? 많은 사람이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소식들로 인해 세상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갖기 쉽다. 하지만 만약 우리의 생각이 사실과 다르다면 어떨까? 여기, 딱딱한 데이터를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로 바꾸어 세상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으려 했던 한 남자와 그의 프로젝트가 있다.

의사이자 통계학자, 그리고 위대한 스토리텔러 '한스 로슬링'

갭마인더(Gapminder)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창립자인 한스 로슬링(Hans Rosling, 1948-2017)을 먼저 소개해야 한다. 스웨덴 출신의 의사이자 공중 보건 전문가였던 그는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의사로 일하며 현장의 실태를 직접 목격했다. 그는 가난과 질병의 최전선에서 일하면서도, 실제 데이터가 보여주는 세상의 변화와 사람들이 가진 편견 사이에 큰 간극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가 가르치던 스웨덴의 의대생들조차 세계 보건 지표에 대해 침팬지보다도 낮은 정답률을 보이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이는 단순히 '무지'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이 '가진 나라'와 '못 가진 나라'로 나뉘어 있다는 이분법적이고 오래된 생각의 틀에 갇혀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 '거대한 오해'를 바로잡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삼았다.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이해하는 것은 스트레스를 줄이는 길이다. 당신이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의견을 갖거나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비관론에 빠지지 않는 습관을 의미한다."

데이터에 생명을 불어넣은 '갭마인더'의 탄생

한스 로슬링은 아들 올라 로슬링(Ola Rosling), 며느리 안나 로슬링 뢴룬드(Anna Rosling Rönnlund)와 함께 2005년 '갭마인더 재단'을 설립한다. 갭마인더는 '간극(Gap)을 계속 주시한다(Mind)'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들은 수많은 국가의 방대한 데이터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각화하는 소프트웨어 '트렌달라이저(Trendalyzer)'를 개발했다.

트렌달라이저의 가장 유명한 시각화 방식은 바로 '버블 차트(Bubble Chart)'다. 이 차트에서 각국의 버블은 소득 수준(x축)과 기대 수명(y축)과 같은 지표에 따라 움직인다. 버블의 크기는 인구를, 색깔은 대륙을 나타낸다. 지난 200년간의 데이터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며, 관객들은 마치 스포츠 경기를 보듯 세계의 발전에 몰입하게 된다. 이를 통해 대부분의 나라가 과거보다 훨씬 더 건강하고 부유해졌다는 거대한 흐름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혁신적인 데이터 시각화 기술과 한스 로슬링의 열정적인 강연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2007년 구글이 트렌달라이저를 인수하면서 더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갭마인더 데이터 시각화 예시 이미지

'사실충실성'이라는 유산

한스 로슬링은 2017년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생각은 유작이 된 책 『팩트풀니스(Factfulness)』를 통해 계속해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사람들이 세상을 오해하게 만드는 10가지 비합리적 본능(간극 본능, 부정 본능, 공포 본능 등)을 지적하고, 이를 극복하고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을 가질 것을 제안한다.

그가 강조한 것은 맹목적인 낙관론이 아니다. 세상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끔찍한 문제들이 많다. 하지만 그는 데이터에 근거해 세상이 나아지고 있는 '추세'를 이해할 때, 비로소 우리는 올바른 문제에 집중하고 더 나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믿었다. 갭마인더는 지금도 그의 유산을 이어받아 무료 데이터와 교육 자료를 제공하며, 더 많은 사람이 사실에 기반해 세상을 보도록 돕고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오늘 갭마인더 웹사이트를 방문해 데이터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아마 당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하지만 희망적인 세상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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