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암호화폐 시장 붕괴 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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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끝, 한순간에 무너진 시장

2025년 10월 초, 암호화폐 시장은 유례없는 낙관론에 휩싸여 있었다. 비트코인은 12만 6천 달러를 돌파하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업토버(Uptober)'라는 신조어와 함께 모두가 영원할 것 같던 상승 랠리에 취해 있었다. 거대 기관들의 자금 유입이 본격화되면서 이러한 낙관론은 더욱 견고해졌다.

그러나 2025년 10월 10일, 단 몇 시간 만에 이 모든 희망은 잿더미로 변했다. 시장은 말 그대로 수직으로 곤두박질쳤다. 도지코인을 비롯한 수많은 알트코인이 순식간에 3분의 1 토막이 나는 등, 시장 전체가 극심한 공포에 휩싸였다. 이날의 붕괴는 단순한 조정이 아니었다. 이는 지정학적 충격과 시장 내부의 구조적 취약성, 그리고 일부 고래들의 정교한 움직임이 맞물려 터진 복합적인 재앙, 이른바 '퍼펙트 스톰'이었다.

붕괴의 방아쇠가 된 지정학적 충격파

재앙의 서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표에서 시작됐다. 그는 중국의 무역 관행을 강하게 비판하며 대규모 관세 인상을 예고했다. 이 소식은 평온하던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고, S&P 500 지수가 2.7% 급락하는 등 전통 금융 시장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위험 자산 회피 심리는 곧바로 암호화폐 시장으로 확산했다. '디지털 금'이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비트코인은 나스닥 지수와 함께 동반 급락했다.

여기에 10일째 이어지던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인플레이션이나 고용 같은 핵심 경제 지표 발표가 모두 중단되면서, 투자자들은 마치 짙은 안갯속을 걷듯 방향을 잃었다. 이처럼 정보가 부재한 상황에서 트럼프의 관세 위협이라는 명확하고 강력한 악재는 시장에 훨씬 더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과열된 파생상품 시장이 부른 참사

외부 충격이 아무리 강했더라도 시장 내부가 건강했다면 이 정도의 붕괴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시장은 이미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업토버' 랠리에 편승한 과도한 레버리지, 즉 빚을 내서 투자하는 자금이 파생상품 시장에 넘쳐났다. 특히 시장 참여자 대다수는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롱 포지션에 과도하게 쏠려 있었다.

외부 충격으로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자, 이 레버리지 롱 포지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강제 청산되기 시작했다. 시스템에 의해 쏟아져 나오는 매도 물량은 가격 하락을 더욱 부채질했고, 이는 또 다른 강제 청산을 연쇄적으로 유발했다. 청산이 청산을 부르는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단 몇 시간 만에 8억 2,000만 달러가 넘는 포지션이 허공으로 사라졌고, 수십만 명의 투자자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특히 유동성이 부족한 알트코인 시장은 그야말로 '피바다'를 방불케 했다.

혼란 속에서 판을 그리던 고래들

모두가 공포에 떨며 자산을 던지고 있을 때, 일부 거대 자본, 이른바 '고래'들은 전혀 다른 판을 그리고 있었다. 온체인 데이터는 이들의 치밀한 움직임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일부 노련한 고래들은 붕괴가 일어나기 전인 10월 초부터 이미 보유 코인을 거래소로 옮기며 차익 실현을 준비하고 있었다. 폭풍우가 몰려오기 전에 미리 위험을 관리하고 있었던 셈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붕괴 직전, 한 특정 고래의 움직임이다. 이 주체는 탈중앙화 거래소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대해 약 9억 달러(한화 약 1조 2천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숏 포지션, 즉 가격 하락에 베팅했다. 이는 시장 붕괴를 예측하고, 그 혼란을 이용해 막대한 이익을 거두려 한 치밀하게 계획된 거래였다.

반면, 또 다른 고래들은 이번 폭락을 둘도 없는 매수 기회로 활용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공포에 질려 던지는 물량과 강제 청산된 코인들을 헐값에 사들이며 조용히 자신들의 지갑을 불렸다. 결국 이번 폭락은 수많은 개인 투자자의 부가 소수의 준비된 거대 자본에게로 이전되는 과정에 다름 아니었다.

우리에게 남겨진 교훈

10월 10일의 대폭락은 암호화폐 시장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낸 고통스러운 사건이었다. 기관 투자자의 참여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과도한 레버리지라는 시스템 리스크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또한, 거시 경제와 지정학적 변수가 디지털 자산 시장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다시 한번 증명되었다.

이번 사건은 투자자들에게 과도한 레버리지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단기적인 시장의 흐름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거시적인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이 냉혹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경계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우리 모두 깊이 성찰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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