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사채(CB)를 사용한 터널링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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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사채(CB) 터널링: 7,700원이 8만 원이 되는 마법의 비밀

"주당 8만 원 가치의 주식을 단돈 7,700원에 살 수 있다면?" 얼핏 들으면 불가능한 사기처럼 들리는 이 이야기는, 과거 S사 사례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일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그 비밀의 중심에는 '전환사채(CB)'와 '비상장회사'라는 두 가지 키워드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부와 경영권을 넘기는 터널링의 가장 교묘한 수법 중 하나를 파헤쳐 봅니다.

금융 마법 개념 이미지

상식 파괴의 전제 조건: 왜 '비상장회사'가 무대인가?

먼저 중요한 포인트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질문하신 대로, 현재 주식시장에 상장된 회사라면 이런 식의 CB 발행은 불가능합니다. 상장사는 명확한 '시장 주가'가 존재하며, CB의 전환가격 역시 이 주가를 기준으로 일정 할인율 이내에서만 정할 수 있도록 엄격히 규제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S사 사례의 핵심은, 당시 문제가 된 회사가 주식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비상장회사'였다는 점입니다. 비상장회사는 시장 가격이 없으므로 회계법인 등을 통해 '주당 본질가치'를 평가하는데, 바로 이 '가치 평가' 과정이 터널링의 핵심 무대가 됩니다. 경영진이 평가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해 얼마든지 회사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출 수 있는 '회색지대'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시간차를 이용한 '터널링 마법'의 4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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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가치 억누르기 (호재 숨기기)

경영진은 내부에만 알려진 초대형 호재(계열사 합병, 신사업 진출, 상장 계획 등)를 철저히 숨깁니다. 이 정보들을 제외한 채 자산가치와 미래가치를 평가하여, 의도적으로 회사의 '본질가치'를 실제보다 훨씬 낮게 만듭니다. S사의 경우, 이렇게 평가된 가치가 주당 7,700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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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헐값에 CB 발행 및 인수

이렇게 낮게 평가된 7,700원을 전환가격으로 하여 CB를 발행합니다. 그리고 이 CB 전량을 오너 일가의 자녀 등 특정인에게 배정하여 인수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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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가치 폭등시키기 (호재 발표)

CB 발행이 모두 끝나고 나면, 숨겨왔던 합병, 상장 등의 초대형 호재들을 연이어 발표합니다. 회사의 가치는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수직으로 상승하고, 주식의 실제 가치는 8만 원을 훌쩍 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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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계: 주식 전환으로 차익 실현

이때 오너 자녀는 과거에 7,700원에 사두었던 CB를 주식으로 전환합니다. 단숨에 수십 배의 평가차익을 얻는 것은 물론, 최소한의 비용으로 그룹 전체의 지배권을 손에 넣는 '마법'이 완성되는 순간입니다.

단순한 편법을 넘어

결론적으로, '시가'가 명확한 상장회사에서는 불가능한 일이 '가치 평가'의 허점이 존재하는 비상장회사였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똑똑한 절세나 재테크 기법이 아닙니다. 회사가 마땅히 누렸어야 할 미래 가치를 특정 개인이 가로채는 행위이자, 다른 주주들에게 돌아갔어야 할 이익을 빼돌리는 명백한 터널링입니다. 이러한 행위가 반복될수록 시장의 신뢰는 무너지고,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오명으로 우리 모두에게 피해를 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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