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APEC을 20일 앞두고 중국 희토류 규제 발표에 관한 분석과 전망

목차

희토류 쇼크, 자원 민족주의 시대와 미중한의 미래

2025년 10월 9일, 중국 상무부가 발표한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조치는 단순한 미중 무역 분쟁의 연장선이 아니다. 이는 자국이 확보한 핵심 자원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활용하여 글로벌 공급망 전체를 무기화하려는 전략적 결정이며, 기술 패권을 둘러싼 양국 갈등의 본질을 드러내는 중대한 변곡점이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약 70%, 그리고 정제 및 가공의 85-90% 이상을 장악하며 사실상 독점 공급자 위치에 있다. 이번 조치는 이러한 압도적 지배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기술 봉쇄 정책에 정면으로 맞서고, 글로벌 질서 속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 글은 중국의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강력한 협상력을 제공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독점적 지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자충수'가 될 수 있음을 분석한다. 또한, 이는 효율성 중심의 세계화 시대가 저물고, 자원 민족주의와 전략적 경쟁이 부상하는 새로운 지정학적 경제 질서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임을 논증하고자 한다.

중국과 미국의 희토류 갈등을 상징하는 이미지

중국의 신규 희토류 규제 심층 분석

이번 규제는 단순히 몇몇 품목의 수출을 제한하는 차원을 넘어, 중국이 얼마나 정교하고 다층적인 통제 시스템을 구축했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베이징이 장기적인 전략하에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을 통제하려는 의도를 명백히 드러낸다.

다각적 통제 접근법

중국 상무부가 10월 9일 발표한 조치는 단일 행동이 아닌,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 치밀하게 설계된 세 가지 핵심 조치의 조합이다.

첫째, 통제 품목의 확대 (11월 8일 시행) 조치다. 기존 통제 대상이던 7종의 희토류에 더해 홀뮴, 어븀, 툴륨, 유로퓸, 이터븀 등 5종을 추가했다. 더 중요한 것은 통제 대상을 원자재에서 고부가가치 다운스트림 제품으로 확장했다는 점이다. 영구자석 제조 장비, 리튬이온 배터리의 양극재 및 음극재, 그리고 인조 다이아몬드 분말과 같은 초경소재까지 통제 목록에 포함시켰다. 이는 원자재 통제를 넘어 첨단 산업의 생산 수단 자체를 통제하겠다는 전략적 전환을 의미한다.

둘째, 기술 및 전문인력 통제 (10월 9일 시행) 조치다. 희토류의 채굴, 제련, 가공, 재활용에 이르는 전주기 관련 기술의 수출을 허가제로 전환했다. 여기에는 영구자석 설비의 유지보수 서비스까지 포함된다. 특히 중국 국적자가 해외 희토류 관련 프로젝트에 대한 실질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조차 사전 허가 없이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이는 서방 국가들이 중국 외부에 독자적인 희토류 가공 및 정제 시설을 구축하려는 시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자국의 기술적 우위를 지키기 위한 '해자(moat) 깊게 파기' 전략의 일환이다.

셋째, 역외 적용 규정 (12월 1일 시행)이다. 이는 이번 조치 중 가장 파급력이 크고 갈등 수위를 높이는 부분으로, 다음 장에서 상세히 분석한다.

이러한 조치들은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라, 2020년 '수출통제법'과 2024년 '희토류 관리조례' 제정 등을 통해 법적 기반을 착실히 다져온 장기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

'역외 적용'이라는 승부수

이번 규제의 핵심은 중국의 규제 관할권을 국경 밖으로 확장한 '역외 적용' 조항이다. 이는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 통제를 위해 오랫동안 사용해 온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Foreign Direct Product Rule)'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이 규칙의 작동 방식은 다음과 같다. 전 세계 어디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도 중국산 희토류를 0.1% 이상 함유하거나 중국의 희토류 관련 기술을 사용하여 제조된 경우, 제3국으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중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는 단순한 보복을 넘어 규제 권력에 있어 미국과 동등한 위치에 서겠다는 선언이다. 중국은 미국이 반도체 기술로 글로벌 공급망을 통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국이 지배하는 핵심 소재 분야에서 동일한 규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음을 입증하려 하고 있다. 이 규칙은 특히 미국이 협력하려는 말레이시아나 베트남 같은 제3국을 통해 우회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명분과 실리의 이중적 서사

중국은 이번 조치의 공식적인 명분과 실제 지정학적 의도 사이에서 이중적인 서사를 구사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중국 상무부는 이번 조치가 국가 안보 수호, 군사적 전용 방지, 그리고 비확산과 같은 국제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조치라고 강조한다. 또한 '수출 금지'가 아니며, 규정을 준수하는 합법적인 무역 신청은 승인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려 한다.

하지만 조치의 시점과 내용을 보면 실제 의도는 명백히 지정학적이다.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불과 20여 일 앞둔 시점에 발표된 것은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형적인 압박 전술이다. 특히 14nm 이하 로직 반도체, 256단 이상 메모리 반도체 및 관련 장비, 그리고 군사적 용도의 AI 개발에 사용되는 희토류 수출 신청을 '사안별 개별 심사' 대상으로 명시한 것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한 직접적이고 대칭적인 보복 조치다. 이는 단순한 무역 분쟁이 아닌, 핵심 자원을 무기화하여 미국의 기술적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경제적 국가안보 전략의 표출이다. 일부 중국 전문가들은 이 조치가 중국이 반도체 장비의 병목 현상을 상당 부분 해결했다는 자신감의 발로이며, 더 이상 미국의 기술 제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신호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이처럼 중국의 규제는 글로벌 무역 시스템에서 규칙을 따르는 자(rule-taker)에서 규칙을 만드는 자(rule-maker)로 전환하려는 야심을 보여준다. 이는 희토류를 넘어 중국이 지배력을 가진 다른 산업(예: 태양광 패널, 특정 의약품 원료)에도 유사한 모델이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로 인해 다국적 기업과 한국과 같은 중간자적 국가는 더 이상 단일화된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할 수 없게 되었으며, 상충하는 두 규제 체제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을 강요받게 되었다. 이는 결국 세계 경제가 뚜렷한 경제 안보 블록으로 분절되는 현상을 가속화할 것이다.

규제 유형 세부 내용 주요 통제 대상/기술 시행일 전략적 함의
기술 통제 희토류 채굴, 제련, 가공, 재활용 등 전주기 기술 수출 허가제. 중국 국적자의 해외 관련 활동 지원 시 사전 허가 의무화. 희토류 전주기 관련 모든 기술, 장비 유지보수 서비스 포함 2025.10.09 해외 대체 공급망 구축 시도 원천 차단 및 기술 패권 유지
품목 통제 확대 5종의 희토류 및 영구자석 제조 장비, 리튬이온 배터리 소재(양·음극재), 인조 다이아몬드 분말 등 신규 통제. 홀뮴, 어븀 등 5종 희토류, 배터리 소재, 자석 제조 장비 2025.11.08 원자재를 넘어 첨단 산업의 생산 수단 및 고부가가치 제품 통제
역외 적용 통제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도 중국산 희토류 0.1% 이상 함유 또는 중국 기술 사용 시 수출 허가 필요 (FDPR 방식). 중국산 희토류 및 기술을 사용한 모든 해외 생산품 (예: 영구자석, 반도체 장비) 2025.12.01 글로벌 공급망 전체에 대한 중국의 규제 관할권 확장 및 우회로 차단
특정 용도 심사 14nm 이하 로직칩, 256단 이상 메모리, 관련 장비, 군사적 AI 연구개발용 수출 신청은 사안별 개별 심사. 첨단 반도체 및 AI 관련 희토류 2025.10.09 미국의 핵심 기술 통제에 대한 직접적이고 대칭적인 보복

미중 대치의 손익계산서 비교 분석

이번 희토류 분쟁은 단기적 충격과 장기적 파급 효과 사이의 극명한 대비를 보여준다. 미국은 즉각적이고 심각한 공급망 위기에 직면했지만, 중국은 장기적으로 자국의 독점적 지위를 스스로 훼손하는 전략적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미국의 공급망 위기, 극도의 취약성 노출

미국은 희토류 공급망에서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희토류 채굴의 약 70%를 차지하지만, 핵심적인 정제·가공 단계에서는 85-90%, 그리고 고성능 영구자석 생산에서는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이 소비하는 희토류의 75% 이상이 중국으로부터 직접 수입된다.

이러한 의존성은 곧바로 국가 안보 위협으로 이어진다. F-35 스텔스 전투기, 토마호크 미사일, 버지니아급 잠수함, 드론 등 핵심 국방 자산의 생산에 희토류는 필수불가결하다. 중국이 군사적 목적의 희토류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것은 미국의 국방 산업 공급망을 직접 겨냥한 것이며, 이미 생산 능력에서 미국을 5~6배 앞서는 것으로 평가받는 중국과의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는 위협적인 조치다.

국방뿐만 아니라 전기차, 풍력 터빈, 첨단 전자제품 등 미국의 미래 산업과 녹색 전환 정책의 핵심 분야 역시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었다. 이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즉각적인 반응은 초강경 맞대응이었다.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핵심 소프트웨어의 대중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위협했다. 장기적으로 미국 국방부는 MP 머티리얼즈(MP Materials)와 같은 자국 기업에 수억 달러를 투자하여 2027년까지 '광산에서 자석까지(mine-to-magnet)' 이어지는 완전한 국내 공급망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지난한 과정이며, 단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중국의 '상처뿐인 승리' 가능성

중국이 이번 조치로 얻는 단기적 이익은 명확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스스로의 독점적 지위를 무너뜨리는 '피로스의 승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독점적 공급자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은 '신뢰성'이다. 중국은 희토류를 무기화함으로써 이 신뢰를 스스로 파괴하고 있다. 2010년 중국이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금지했을 때, 일본은 정부와 기업이 총력을 다해 공급망 다변화, 재활용 기술 개발, 대체재 연구에 나서 성공적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춘 전례가 있다. 이번 조치는 전 세계에 동일한 경고를 보낸 셈이다.

실제로 이번 규제는 서방 세계에 강력한 '경종'을 울리며, 탈중국 공급망 구축 노력을 전례 없이 가속화시킬 것이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호주 등은 막대한 정부 지원을 통해 자국 및 동맹국 내 대체 광산 개발과 정제 시설 건설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일본이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도시 광산(urban mining)'과 같은 폐자원 재활용 기술 개발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를 것이며, 철-질소(iron-nitrogen) 자석이나 망간-비스무트(manganese-bismuth) 자석과 같은 희토류 비사용 대체재 연구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어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핵심 자산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의 지적처럼, 이미 자국 내 경제 둔화를 겪고 있는 중국이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는 행위는 결국 자신에게 가장 큰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 또한, 수출 통제로 인한 국제가격 급등은 중국 내 불법 채굴을 부추겨 정부의 자원 통제력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최종 판정, 누가 더 불리한가

이 대결의 손익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극적으로 달라진다.

단기적 관점 (1~3년): 미국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대체 불가능한 공급망이 차단되면서 국방 및 첨단 산업은 즉각적이고 심각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 기간 동안 중국은 막강한 협상력을 갖게 된다.

장기적 관점 (5~10년 이상): 중국이 더 불리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조치는 전 세계적인 안보 기반의 '공급망 면역 반응'을 촉발시켰다. 이는 중국의 시장 지배력을 체계적으로 잠식할 강력하고 비가역적인 흐름이다. 지금 꺼내든 '비장의 카드'는 10년 뒤 그 가치를 잃을 수 있다. 게임 이론 분석에 따르면, 수출 제한은 단기적 이익을 주지만 결국 상대방의 대체 투자를 유발하여 장기적으로는 자신의 입지를 해치는 결과를 낳는다. 중국의 이번 결정은 지속 가능한 시장 지배력을 단기적인 지정학적 이익과 맞바꾼 고위험 도박이다.

이러한 미중 간의 대립은 단순히 경제적 수단을 동원한 힘겨루기를 넘어, 근본적으로 다른 전략적 사고방식의 충돌을 보여준다. 중국은 글로벌 무역의 규칙 자체를 다시 쓰려는 구조적이고 법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반면, 미국은 관세와 같은 금융적 수단과 기술 투자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구조적 문제를 금융과 기술로 해결하려 하지만, 이는 중국의 국가 주도형 규모의 경제와 경쟁하기 어렵고, 중국의 기술 수출 통제는 바로 그 노력을 방해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러한 비대칭성은 이 갈등이 전통적인 무역 협상으로 쉽게 해결될 수 없음을 시사하며, 양측이 각자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장기적인 전략적 탈동조화(decoupling)로 이어질 것임을 예고한다.

샌드위치 한국의 생존법, 지정학적 폭풍 속 항로 탐색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의 입장은 이번 희토류 사태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로워졌다. 안보 동맹인 미국과 최대 교역 파트너이자 핵심 원자재 공급국인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첨단 제조업 기반 전체가 시스템적 위협에 직면했다.

제조업 강국의 시스템적 위협

한국의 수출 주도형 경제는 중국산 희토류 및 핵심 광물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아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2024년 기준 희토류의 대중국 의존도는 78.9%에 달하며, 완제품인 영구자석의 경우 의존도는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다. 이 의존성은 한국 경제의 심장부인 핵심 산업 전반에 걸쳐 있다.

  • 반도체: 대만 경제부는 이번 조치가 반도체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지만, 14nm 이하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및 공정에 대한 중국의 개별 심사 조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 전기차 및 배터리: 영구자석과 리튬이온 배터리 소재(양극재, 음극재)에 대한 통제는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의 미래 성장 동력 산업의 생산에 직접적인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
  • 방위산업: 정부와 업계의 노력으로 공공 비축 물량을 6개월분 이상 확보하고 공급선을 다변화하여 단기적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되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K-방산의 경쟁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한국 기업들에게 가장 큰 악몽은 중국의 '역외 적용' 규정이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가 중국산 희토류 자석이 포함된 모터를 사용하여 한국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미국이나 유럽에 수출하려면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할 수 있다. 삼성이 베트남 공장에서 만든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중국산 부품 때문에 유럽 수출길이 막힐 수도 있다. 이는 중국이 한국의 전체 수출 경제에 대해 전례 없는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핵심 광물/제품 대중국 의존도 (%) 주요 영향 산업 전략적 취약성
희토류 (전체) 78.9% (2024년 기준) 반도체, 전기차, 디스플레이, 방산 전반적인 첨단 산업 생산 차질 우려
네오디뮴 영구자석 85% 이상 (추정) 전기차 모터, 풍력 터빈, 가전제품, 드론 친환경 및 미래 모빌리티 산업 경쟁력 직격탄
배터리 양·음극재 높음 (구체적 수치 미상)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산업 공급망 안정성 심각한 위협
텅스텐, 갈륨 등 90% 이상 (전체 핵심광물) 반도체, 합금, 군수물자 반도체 및 방위산업 핵심 소재 수급 불안

서울의 전략적 전환, 대응에서 복원력으로

한국 정부는 이번 사태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10월 16일, 산업통상자원부 주재로 '민관 합동 희토류 공급망 대응 TF'를 출범시켰다.

단기적으로는 기업 애로사항 접수, 중국과의 외교 채널을 통한 신속한 허가 절차 지원, 그리고 공공 비축 물량을 기존 6개월분에서 18개월분으로 대폭 확대하는 등 위기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진짜 목표는 장기적인 공급망 복원력 강화에 있다. 연내 발표될 '희토류 공급망 종합대책'은 다음과 같은 핵심 전략을 포함할 것으로 예상된다.

  • 공급망 다변화: 호주, 베트남, 인도 등 자원 부국과의 협력을 심화하고, 해외 자원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 지원을 확대한다.
  • 기술 주권 확보: 폐영구자석 재활용, 희토류 사용을 줄이는 대체 소재(예: 전기차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개발 등 R&D 투자를 강화한다. 한국은 2030년까지 핵심 광물 재활용률을 현재 2% 수준에서 2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국제 공조 강화: 한국이 의장국을 맡게 될 미국 주도의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등 다자 협력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공동 대응에 나선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미중 동맹 체제에 균열을 내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한국 산업계가 희토류 공급난에 직면하면, 한국 정부가 미국에 대중 반도체 통제 완화를 요청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는 한국을 '샌드위치' 상황에 몰아넣어 미한 동맹을 내부로부터 흔들려는 고도의 지정학적 전략이다. 따라서 한국의 대응은 단순한 경제 정책을 넘어, 중국의 강압에 굴하지 않겠다는 지정학적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러한 노력은 장기적으로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보다 대등하고 상호적인 관계로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생존을 위한 청사진, '최소 10년 프로젝트'

이번 위기는 일시적인 공급 충격이 아니라, 새로운 지정학적 현실의 시작이다. 따라서 한국의 대응은 단기적인 미봉책을 넘어, 국가적 차원의 '최소 10년 프로젝트'가 되어야 한다. 단순한 비축 확대를 넘어, 핵심 소재의 국내 순환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고, 비중국 공급선과 장기 구매 계약을 체결하며, 자원 문제와 무관한 차세대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등 구조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이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기술 패권 경쟁 시대에 국가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전략적 과제다.

오해 바로잡기, 트럼프의 태도는 저자세가 아닌 '초강경 압박'

마지막으로 '트럼프가 희토류 규제 이후 우리나라에게 저자세로 변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명백히 다르다. 모든 증거는 그 반대, 즉 미중 갈등의 극적인 고조를 가리키고 있으며, 한국은 단지 미중 정상의 잠재적 회담 장소로 언급되었을 뿐이다.

'저자세' 주장에 대한 반박

결론부터 말하자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 규제 발표 이후 한국에 대해 저자세를 취했다는 주장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명백한 오해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의 모든 발언과 행동은 중국을 향한 초강경 압박과 협상 전략의 일환이었으며, 한국에 대한 정책이나 태도 변화는 전혀 관찰되지 않았다.

명백한 증거들, 대결의 시간 순서

당시 상황을 시간 순서대로 재구성하면 트럼프의 의도는 명확해진다.

  • 10월 9일: 중국이 전례 없는 수준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를 발표한다.
  • 10월 10일: 트럼프는 즉각적으로 "대규모" 보복을 선언한다. 11월 1일부터 모든 중국산 제품에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모든 핵심 소프트웨어"의 대중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위협한다.
  • 이후 수일간: 트럼프는 중국의 조치를 "적대적 명령(hostile order)"이라고 규정하며, 대한민국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계기에 예정되었던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을 취소할 수 있다고 압박한다.
  • 10월 17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실제로 2주 뒤쯤 한국에서 시진핑 주석과 만날 것"이라고 회담 계획을 확인하면서도, 100% 관세 위협이 여전히 유효하며 "중국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말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한다. 이는 그의 전형적인 협상 스타일, 즉 최대한의 레버리지를 쌓아 유리한 거래를 이끌어내려는 '최대 압박' 전술의 일환이었다.

이 모든 과정에서 트럼프의 발언과 행동은 오직 중국을 향해 있었다. 한국에 대한 유화적인 제스처나 정책 변화를 시사하는 내용은 어떤 자료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오해의 본질, 장소와 대상의 혼동

이러한 오해는 미중 정상회담의 잠재적 장소(venue)가 한국이라는 점과, 미국 정책의 대상(object)을 혼동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와 시진핑의 회담은 한국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특별히 마련된 것이 아니었다. 이미 예정되어 있던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 정상이 만날 가능성이 거론된 것뿐이다. 트럼프의 모든 관심사는 중국과의 힘겨루기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었으며, 한국은 이 지정학적 드라마의 '무대'였을 뿐, 드라마의 주인공이나 미국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낸 대상이 아니었다.

이러한 오해 자체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복잡한 지정학적 역학 관계가 언론의 헤드라인을 통해 단순화되면서 대중에게 쉽게 왜곡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미국 정책의 미묘한 변화에 민감한 한국과 같은 국가에서 이러한 오해는 불필요한 사회적, 경제적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또한 이는 트럼프의 '외교적 극장'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보여준다. 끊임없는 위협과 불확실성을 통해 그는 항상 국제 뉴스의 중심에 서고, 한국과 같은 동맹국마저 그의 행동에 반응하는 수동적인 관객으로 만들어 버린다.

결론, 탈세계화 시대의 청사진

중국이 희토류 지배력을 무기화하기로 한 결정은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효율성 중심에서 국가 안보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수령적 사건이다. 고도로 최적화되고 긴밀하게 통합되었던 글로벌 공급망의 시대는 저물고, 전략적 탈동조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그리고 21세기 경제의 기반이 되는 핵심 자원을 통제하기 위한 국가 주도의 치열한 경쟁이 특징인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미국에게 이번 사태는 수십 년간 방치해 온 전략적 취약성을 직시하게 만든 고통스럽지만 필요한 경고였다. 중국에게는 단기적 이익을 위해 장기적 지위를 희생하는 고위험 도박이다. 그리고 한국과 같은 중추적 국가에게는 더 위험하고 분절된 세계에 적응하기 위한 새로운 경제적 복원력 모델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는 절박한 과제를 안겨주었다. '희토류 쇼크'는 단지 광물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다가올 지정학적 경제의 미래를 보여주는 청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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