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수출하는 3단계 메커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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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수출하는 3단계 메커니즘
'인플레이션 수출'은 단순한 비유가 아닙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자국의 경제 정책 부담을 전 세계로 전가하는 실제적인 경제 현상입니다. 이 과정은 크게 세 단계의 연쇄 반응을 통해 일어나며, 전 세계 국가들의 수입 물가와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1단계: 달러 표시 자산 가격의 상승
모든 과정의 시작은 미국 내 인플레이션과 달러의 위상에서 비롯됩니다. 전 세계 원유, 곡물, 원자재 등 핵심 상품은 대부분 미국 달러로 가격이 매겨지고 거래됩니다. 미국이 경기 부양 등을 위해 통화량을 늘리면(인플레이션 발생) 시중에 달러가 흔해지면서 1달러의 실질 구매력은 하락합니다.
이때 원자재 판매국들은 하락한 달러 가치만큼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상품의 달러 가격 자체를 인상합니다. 예를 들어, 배럴당 80달러였던 원유 가격이 85달러로 오르는 식입니다. 이는 시중에 풀린 돈이 많아졌기 때문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2단계: 수입국의 직접적인 비용 부담 증가
원자재의 달러 가격이 오르면, 해당 원자재를 수입해야 하는 국가들은 즉시 타격을 받습니다. 이전과 똑같은 양의 원유를 사기 위해 더 많은 달러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이 원유를 수입하기 위해 원화를 달러로 환전할 때, 이전보다 더 많은 원화를 주어야 같은 양의 달러를 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필요한 달러의 양 자체가 늘어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수입물가 상승'의 첫 번째 단계입니다. 아직 자국 환율이 변하지 않았더라도, 수입하는 상품의 가격 자체가 올랐기 때문에 기업과 소비자의 부담이 직접적으로 커집니다.
3단계: 환율 상승과 인플레이션의 증폭
상황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환율 시장으로 번집니다. 원자재 수입국들이 더 비싸진 대금을 치르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더 많은 달러를 사들이기 시작하면, 달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합니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달러의 가치는 다른 통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세를 띠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해당 국가의 환율은 상승(자국 통화 가치 하락)합니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이 1,200원에서 1,300원으로 오르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처음 문제가 되었던 원유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수입하는 자동차, 의약품, 소프트웨어 등 모든 상품과 서비스의 원화 가격이 연쇄적으로 상승하며 인플레이션 효과가 경제 전반으로 증폭됩니다.
이처럼 미국의 국내 인플레이션은 '달러 가격 상승', '수입 비용 증가', '환율 상승'이라는 3단계를 거치며 전 세계로 퍼져나갑니다. 이는 달러라는 기축통화를 가진 미국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자, 다른 국가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경제적 도전 과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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