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MVRV-Z 지표의 개념과 트레이딩에서의 의미
목차
비트코인 시장의 온도를 재는 지표 MVRV Z-Score
비트코인 시장은 24시간 잠들지 않으며, 중앙화된 주체 없이 전 세계에서 거래된다. 이러한 탈중앙화된 특성으로 인해 전통적인 금융 분석 기법만으로는 시장의 복잡한 동학을 완전히 파악하기 어렵다. 여기서 블록체인에 투명하게 기록되는 '온체인(On-chain) 데이터'가 강력한 분석 도구로 부상한다. 온체인 데이터는 투자자들의 실제 행동과 시장의 내밀한 흐름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수많은 온체인 지표 중에서도 'MVRV Z-Score'는 비트코인의 현재 가격이 그 '공정 가치(fair value)' 대비 얼마나 과열되었거나 침체되었는지를 통계적으로 측정하는 가장 신뢰도 높은 지표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는 단순히 가격의 등락을 넘어, 시장 참여자 전체의 총체적인 심리 상태와 잠재적인 매도 압력을 보여주는 '미실현 손익'을 정량화한다. MVRV Z-Score는 시장이 비이성적인 탐욕으로 끓어오르는지, 아니면 극심한 공포로 얼어붙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객관적인 '온도계' 역할을 한다.
이 글은 MVRV Z-Score의 작동 원리부터 과거 사이클에서의 검증, 그리고 이 지표를 활용한 실전 투자 전략까지 심도 있게 다룬다.
MVRV Z-Score의 원리와 구조
이 정교한 지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근간을 이루는 두 가지 핵심 개념, 즉 통계학의 'Z-Score'와 온체인 경제학의 '시장 가치' 및 '실현 가치'를 알아야 한다.
통계학적 기반: Z-Score란 무엇인가?
MVRV Z-Score의 'Z-Score(표준점수)'는 통계학에서 특정 데이터가 전체 평균으로부터 표준편차의 몇 배만큼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다. 단순히 80점이라는 점수만으로는 그 위치를 알 수 없지만, Z-Score로 변환하면 해당 점수의 상대적 위치와 특이성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계산 공식
$$ z = \frac{(X - \mu)}{\sigma} $$- $z$: Z-Score (표준점수)
- $X$: 개별 데이터 값 (관측치)
- $\mu$: 데이터 집합의 평균
- $\sigma$: 데이터 집합의 표준편차
Z-Score의 부호(+, -)는 데이터가 평균보다 높은지 낮은지를, 절댓값은 평균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낸다. 절댓값이 클수록(보통 2 또는 3 초과) 해당 데이터는 통계적으로 이례적이거나 극단적인 값으로 간주된다. Z-Score는 서로 다른 척도를 가진 데이터들을 '표준화'하여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게 해준다.
온체인 경제학: 시장 가치(Market Value)와 실현 가치(Realized Value)
MVRV Z-Score의 분석 대상이 되는 원재료가 바로 '시장 가치'와 '실현 가치'다.
시장 가치 (Market Value, MV)
전통 금융 시장의 '시가총액(Market Capitalization)'과 같은 개념이다. 시장의 기대감, 투기적 수요 등 모든 단기적 심리가 반영된 '평가 가치'다.
$$ \text{시장 가치 (MV)} = \text{현재 비트코인 가격} \times \text{총 유통 공급량} $$실현 가치 (Realized Value, RV)
실현 가치는 온체인 분석의 핵심 개념이다. 각 비트코인이 마지막으로 온체인 상에서 이동했을 때의 가격을 기준으로 모든 코인의 가치를 합산한 값이다.
$$ \text{실현 가치 (RV)} = \sum_{i=1}^{n} (\text{코인 } i\text{가 마지막으로 이동했을 때의 가격}) $$실현 가치는 단기적인 가격 변동의 노이즈를 제거한다. 10년 전에 채굴되어 움직이지 않은 코인은 10년 전 가격으로 계산된다. 따라서 실현 가치는 시장 참여자들이 비트코인을 매집한 '총 원가(aggregate cost basis)' 또는 네트워크에 '실질적으로 유입된 자본의 총합'에 대한 추정치로 해석된다. 이는 단기 감정이 제거된, 보다 장기적이고 '진실된' 가치 척도로 간주된다.
MV와 RV의 관계
- MV > RV: 시장 가치가 실현 가치보다 높다. 즉, 현재 가격이 평균 매집 단가보다 높아 시장이 전반적으로 '미실현 이익' 상태다.
- MV < RV: 시장 가치가 실현 가치보다 낮다. 즉, 현재 가격이 평균 매집 단가보다 낮아 시장이 전반적으로 '미실현 손실' 상태('언더워터')다.
결국 '(MV - RV)'는 시장 전체의 총 미실현 손익 규모를 나타내며, 투자자들의 잠재적 매도/매수 압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최종 공식: MVRV Z-Score의 완성
MVRV Z-Score는 통계적 도구(Z-Score)와 온체인 데이터(MV, RV)를 결합하여 완성된다.
$$ \text{MVRV Z-Score} = \frac{\text{시장 가치 (MV)} - \text{실현 가치 (RV)}}{\text{시장 가치의 표준편차 (std(MV))}} $$- 분자 (MV - RV): 시장의 총 미실현 이익 또는 손실의 절대 규모.
- 분모 (std(MV)): 시장 가치의 역사적 변동성(volatility).
이 지표의 진정한 의미는 단순히 미실현 이익 규모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규모가 비트코인의 역사적 변동성을 고려할 때 통계적으로 얼마나 이례적이고 극단적인 수준인지를 표준화하여 보여준다는 데 있다. 이것이 단순 MVRV 비율(MV/RV)보다 MVRV Z-Score가 시장 사이클의 '극점'을 식별하는 데 더 효과적인 이유다.
MVRV Z-Score의 실전 해석과 역사적 검증
이론을 알았다면, 실제 차트에서 이 지표가 보내는 신호를 해석하고 과거 데이터로 검증할 차례다.
시장의 극점 식별: 붉은색 영역과 녹색 영역
MVRV Z-Score 차트는 보통 두 개의 극단적인 영역으로 시각화된다.
고점 신호 (과대평가 / 붉은색 영역)
- 정의: 통상 MVRV Z-Score 값이 7.0 이상으로 진입하는 구간.
- 해석: 시장이 극심한 탐욕, 비이성적 과열(FOMO)에 휩싸였음을 의미한다. 시장 참여자 대부분이 막대한 미실현 이익을 보유한 상태로, 작은 충격에도 대규모 이익 실현 매물이 쏟아질 수 있는 취약한 상태다. 이는 강세장의 최고점, 즉 '사이클 탑(Cycle Top)'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강력한 경고 신호다.
저점 신호 (과소평가 / 녹색 영역)
- 정의: MVRV Z-Score 값이 0 이하로 하락하는 구간.
- 해석: 시장 가치가 실현 가치(평균 매집 단가)보다 낮아진 상태로, 시장이 극심한 공포, 절망, 항복(패닉 셀링) 단계에 있음을 나타낸다. '약한 손'은 떠나고 '강한 손'은 축적하는 시점이다. 역사적으로 '사이클 바닥(Cycle Bottom)'이 형성되는 구간이며, 최고의 장기적 매수 기회(generational buying opportunity)를 제공했다.
중립 및 공정 가치 구간
- 정의: Z-Score가 0에 근접하거나 0과 2 사이의 낮은 양수 값을 유지하는 구간.
- 해석: 시장 가치와 실현 가치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비트코인이 비교적 '공정 가치'에 근접하게 거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약세장 이후의 지루한 재축적 단계이거나 강세장 속 건전한 조정 국면일 가능성이 높다.
과거 사이클 복기: MVRV Z-Score의 작동
MVRV Z-Score는 지난 10여 년간 비트코인의 주요 변곡점을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식별해왔다.
- 2017년 대세 상승장 고점: 2017년 12월, 비트코인 가격이 약 $20,000에 도달했을 때 Z-Score는 약 8.5까지 치솟으며 교과서적인 사이클 탑 신호를 보냈다.
- 2018년 약세장 저점: 2018년 12월, 가격이 약 $3,200까지 폭락했을 때 Z-Score는 녹색 영역(0 미만)으로 진입하며 역사적인 매수 기회를 알렸다.
- 2021년 강세장 고점: 2021년 4월 고점 당시 Z-Score는 약 7.0에 도달했으나, 11월 전고점 경신 당시에는 약 5.5 수준으로 더 낮은 고점을 형성했다.
- 2022년 약세장 저점: FTX 사태로 시장이 침체에 빠졌던 2022년 11월, Z-Score는 다시 녹색 영역으로 진입하여 또 다른 장기 축적 기회를 알렸다.
| 시장 사이클 (Market Cycle) | 구분 (Peak/Bottom) | 대략적인 날짜 (Approx. Date) | 당시 BTC 가격 (USD) | MVRV Z-Score 값 |
|---|---|---|---|---|
| 2011년 강세장 | 고점 (Peak) | 2011년 6월 | ~$30 | > 9.0 |
| 2013-14년 강세장 | 고점 2 (Peak 2) | 2013년 12월 | ~$1,100 | > 9.0 |
| 2015년 약세장 | 저점 (Bottom) | 2015년 1월 | ~$210 | < 0 |
| 2017년 강세장 | 고점 (Peak) | 2017년 12월 | ~$19,700 | ~8.5 |
| 2018년 약세장 | 저점 (Bottom) | 2018년 12월 | ~$3,200 | < 0 |
| 2021년 강세장 | 고점 1 (Peak 1) | 2021년 4월 | ~$64,000 | ~7.0 |
| 2021년 강세장 | 고점 2 (Peak 2) | 2021년 11월 | ~$69,000 | ~5.5 |
| 2022년 약세장 | 저점 (Bottom) | 2022년 11월 | ~$15,500 | < 0 |
이러한 역사적 검증은 MVRV Z-Score가 특정 날짜를 예측하는 '타이밍' 도구가 아니라, 시장이 축적 또는 분배에 유리한 '상태'인지를 진단하는 '상태 진단' 도구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 지표는 즉각적인 매매 결정보다는 분할 매수/매도 전략의 거시적 근거로 삼는 것이 현명하다.
MVRV Z-Score의 한계와 진화
MVRV Z-Score가 강력한 도구임은 분명하지만, 맹신은 금물이다. 이 지표의 내재적 한계를 인지하고, 시장 변화에 맞춰 분석 모델을 진화시켜야 한다.
맹신은 금물: 내재적 한계와 리스크
- 후행성 (Lagging Indicator): 추세가 형성된 후 확인해주는 역할을 주로 하므로, 가장 이상적인 최고점/최저점 시점을 놓칠 수 있다.
- 거시 경제 변수 미반영: 금리 정책, 규제 발표, 팬데믹과 같은 외부 거시 경제 충격을 반영하지 못한다.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폭락이 대표적인 사례다.
- '오래된 코인' 이동에 의한 왜곡: 수년간 휴면 상태였던 '고래' 지갑의 대규모 이동은 실제 시장 심리와 무관하게 실현 가치(RV)를 급격히 변동시켜 Z-Score를 왜곡시킬 수 있다.
- 횡보장 (Sideways Market)에서의 유용성 저하: 뚜렷한 추세가 없는 횡보장에서는 중립 구간에 머무르며 명확한 신호를 제공하지 못한다.
- 온체인 데이터 자체의 한계: 거래소 내부 거래, 레이어 2 거래, 분실된 코인 등은 온체인 데이터에 완벽하게 포착되지 않아 분석에 오차를 유발할 수 있다.
왜 MVRV Z-Score 고점은 점점 낮아지는가?
위의 역사적 데이터 표에서 명확히 드러나듯, 사이클 고점에서의 Z-Score 최고값은 2011/2013년의 9.0 이상에서 2017년 ~8.5, 2021년 ~7.0(및 ~5.5)로 점차 낮아지는 추세를 보인다. 이는 '수익 체감(Diminishing Returns)' 현상의 반영이며, 여러 복합적인 요인에 기인한다.
- 시장 성숙과 시가총액 증가: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다. 2013년의 10배 상승과 2021년의 10배 상승은 필요한 자본의 규모가 다르다. 시가총액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짐에 따라, 가격을 동일한 비율로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자본의 양이 훨씬 더 많아졌다. 이는 자연스럽게 변동성 감소로 이어지며, 실현 가치(RV) 대비 시장 가치(MV)가 과거처럼 극단적으로 벌어지기 어렵게 만든다.
- 기관 투자자 및 전문 트레이더 유입: 초기 비트코인 시장은 개인(리테일) 투자자의 투기적 수요가 주도했다. 하지만 2020년 이후 기관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면서 시장의 성격이 변했다. 이들은 보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자본을 집행하며, 시장이 과열되면 위험 관리를 통해 이익을 실현하므로 과거와 같은 비이성적 광기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 파생상품 시장의 발달: 비트코인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 시장의 성장은 투기적 수요를 현물 시장에서 일부 흡수한다. 과거에는 비트코인 상승에 베팅하는 유일한 방법이 현물 매수였다면, 이제는 레버리지를 활용한 파생상품 거래로도 가능하다. 이는 현물 가격(MV)에 가해지는 직접적인 상승 압력을 분산시켜 Z-Score의 극단적인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 된다.
이 추세는 계속될까? (미래 전망)
이러한 고점 하락 추세는 비트코인이 초기의 순수한 투기 자산에서 점차 성숙한 자산(maturing asset)으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따라서 시장이 계속해서 성숙하고 더 많은 기관 자본이 유입되며 규제 환경이 명확해진다면, 이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투자자에게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만약 다음 강세장 사이클에서 과거의 Z-Score 고점(예: 8.0 또는 7.0)을 맹목적으로 기다린다면, 실제 고점은 그보다 훨씬 낮은 5.0 또는 4.0 수준에서 형성되어 매도 시점을 완전히 놓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롤링 MVRV Z-Score'와 같은 진화된 지표가 제안된다. 이 모델은 비트코인의 전체 역사 데이터가 아닌, 최근 1년 또는 2년과 같은 특정 기간(Rolling Window)의 데이터만을 사용하여 평균과 표준편차를 계산한다. 이는 최근 시장의 변동성과 구조 변화에 더 민첩하게 적응하여, 각기 다른 사이클의 고점을 보다 일관된 척도상에서 비교할 수 있게 돕는다.
결국, 시장이 성숙함에 따라 MVRV Z-Score의 '절대적인 수치'보다, 현재의 Z-Score가 최근 1~2년의 흐름 속에서 '상대적으로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종합적 접근법: 다른 지표와의 시너지
MVRV Z-Score의 한계를 인지한다면, 이 지표를 단독으로 사용하기보다 다른 지표와 교차 검증하여 분석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 Puell Multiple: 채굴자들의 수익성을 분석하여 공급 측면의 압력을 보여준다. 약세장 바닥(채굴자 항복)을 식별하는 데 유용하다.
- RHODL Ratio (Realized HODL Ratio): 단기 보유자와 장기 보유자의 실현 가치 비중을 비교하여 시장 과열 여부를 측정한다. 시장의 '핫 머니' 비중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 NUPL (Net Unrealized Profit/Loss): 시장의 총 미실현 손익 상태를 비율로 나타내어, 시장의 심리 상태(희열, 탐욕, 공포 등)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 기술적 분석 (200주 이동평균선): MVRV Z-Score가 녹색 영역에 진입하는 시점은 비트코인 가격이 역사적 장기 지지선인 200주 이동평균선(200WMA)에 근접하거나 하회하는 시점과 거의 일치했다. 이 두 가지 강력한 장기 지표가 동시에 매수 신호를 보낼 때, 이는 매우 신뢰도 높은 약세장 바닥 신호로 간주될 수 있다.
현명한 투자 의사결정을 위한 도구
MVRV Z-Score는 비트코인 시장의 거시적 사이클과 참여자들의 집단 심리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렌즈다. 붉은색 영역은 비이성적 과열을, 녹색 영역은 극심한 공포 속 장기적 매수 기회를 역사적으로 증명해왔다.
그러나 이 지표는 맹신해야 할 절대적 지표가 아니라, 투자자의 '종합적 분석 툴킷'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활용되어야 한다. 특히 시장이 성숙함에 따라 고점이 낮아지는 추세를 이해하고, 절대적 수치보다는 상대적 위치를 판단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MVRV Z-Score(시장 심리), Puell Multiple(공급 압력), 거시 경제 지표(유동성 환경), 기술적 분석(가격 구조) 등 서로 다른 각도에서 시장을 조망하는 여러 렌즈를 결합할 때, 비로소 투자자는 시장의 복잡성 속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 소스 참고
MVRV Z-Score와 같은 온체인 데이터는 LookIntoBitcoin, Glassnode, CryptoQuant 등 전문 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각 플랫폼은 데이터를 집계하고 해석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여러 소스를 교차 검증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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