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가 간소한 장례를 선호하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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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문화, MZ세대가 바꾸고 있다

최근 장례 문화의 풍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기존의 복잡하고 격식에 치우친 장례 절차 대신, 비용은 줄이고 의미에 집중하는 '간소한 장례'에 대한 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여러 사회문화적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동인은 바로 '엄청난 장례 비용 부담'이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장례 비용의 현실

전통적인 3일장 장례는 이제 한 가구가 감당하기에 버거운 경제적 이벤트가 되었다. 2025년 기준, 대한민국의 평균 총 장례 비용은 약 1,200만 원에서 1,400만 원 사이로 추산된다. 이는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며, 많은 이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평균 1,400만 원, 그러나 이것은 시작일 뿐

문제는 '평균 1,400만 원'이라는 수치조차 최소한의 기준에 가깝다는 점이다. 실제 장례 비용은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최소 500만 원에서 최대 3,000만 원 이상까지 극심한 편차를 보인다. 비용은 크게 세 가지, 즉 ▲장례식장 시설 비용(빈소, 음식) ▲상조 서비스 비용(인력, 용품) ▲장지 비용(매장, 봉안)으로 구성된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어떻게 조합되느냐에 따라 최종 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다.

조문객 수와 장지, 예측 불가능한 비용

장례 비용 중 가장 변동 폭이 크고 예측하기 어려운 항목은 단연 '접객 비용'과 '장지 비용'이다. 접객 비용은 전적으로 조문객 수에 따라 결정된다. 조문객 100명을 기준으로 할 때와 300명을 기준으로 할 때의 음식값과 도우미 인건비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난다. 또한, 고인을 모시는 장지 역시 매장(사설 공원묘지)을 선택할 경우 수천만 원대의 비용이 발생하지만, 공설 자연장(수목장, 잔디장)을 이용하면 50만 원 이내로도 가능하다.

MZ세대는 왜 이 비용에 의문을 제기하는가

경제적 실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는 이러한 장례 비용 구조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이들에게 수천만 원에 달하는 장례 비용은 합리적인 지출이라기보다, 불필요한 격식과 사회적 체면을 위한 '거품'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보여주기식 접객 문화의 부담

MZ세대는 불특정 다수에게 부고를 알리고, 찾아오는 조문객을 대접하는 대규모 접객 문화에 회의적이다. 조문객 수에 따라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늘어나는 음식 비용은 가장 큰 부담 요소다. 이들은 형식적인 조문객을 맞이하느라 정작 가족과 고인을 추모할 시간을 갖지 못하는 현재의 방식보다, 정말 가까운 가족 및 지인들과 함께 고인을 애도하는 '가족장'이나 '무빈소 장례'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단순히 비용을 아끼는 것을 넘어, 장례의 본질에 더 집중하겠다는 가치관의 표현이다.

화장할 관에 수백만 원을? 불필요한 격식의 거부

장례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술' 역시 MZ세대가 장례 간소화를 선택하는 이유다. 예를 들어, 어차피 화장(火葬)으로 치를 예정임에도 불구하고, 장례식장이나 상조회사가 "고인 가시는 길"이라며 고가의 관이나 수의를 권하는 경우가 많다. 실용적인 MZ세대의 관점에서 이는 명백한 비합리적 지출이다. 고인이 평소 아끼던 깨끗한 정장을 수의로 사용하고, 법적 기준에 맞는 기본 관을 사용해도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불필요한 격식과 비용 지출을 거부하고, 그 비용을 남은 유가족의 삶이나 다른 의미 있는 곳에 사용하길 원한다.

비용 거품을 뺀 합리적인 대안의 부상

이러한 인식 변화에 따라, MZ세대는 적극적으로 합리적인 대안을 찾고 있다.

매장에서 자연장까지, 수천만 원의 선택

가장 극적인 비용 차이를 보이는 장지(葬地) 선택이 대표적이다. 수도권 사설 공원묘지에 매장할 경우 2,000만 원에서 3,000만 원을 훌쩍 넘는 비용이 필요하다. 사설 봉안당(납골당) 역시 눈높이에 위치한 좋은 자리는 1,000만 원대에 육박한다. 반면, 화장 후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설 봉안당'을 이용하면 수십만 원에서 200만 원 내외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유골을 흙으로 돌려보내는 '공설 자연장(잔디장, 수목장)'이 각광받고 있다. 비용이 50만 원 이내로 매우 저렴할 뿐만 아니라, 환경친화적이라는 점에서 MZ세대의 가치관과도 부합한다.

간소함은 무관심이 아닌 '합리적 추모'의 시작이다

MZ세대가 간소한 장례를 선호하는 현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전통을 경시하거나 고인에 대한 예의가 부족하다고 우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기성세대의 시각일 뿐이다. MZ세대에게 장례의 간소화는 '무관심'이 아니다. 오히려 수천만 원의 빚을 내어 치르는 장례, 불필요한 격식과 체면에 얽매여 고인을 제대로 추모하지 못하는 장례 문화를 거부하는 '합리적 선택'이다. 엄청난 장례 비용 부담이라는 현실적인 벽 앞에서, MZ세대는 거품을 걷어내고 추모의 본질에 집중하는 새로운 장례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는 보여주기 위한 장례가 아닌, 진정으로 고인을 기억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합리적 추모'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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