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을 할 때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중 어느 연령이 가장 성공율이 높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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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이나 뉴스를 보면 20대 초반에 대학을 그만두고 창업해 '대박'을 터뜨린 천재들의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마크 저커버그나 빌 게이츠 같은 사람들을 보며 "역시 창업은 머리 쌩쌩 돌아가는 20대에 해야 해"라고 생각하기 쉽다. 투자 업계에서도 "서른 넘으면 혁신하기 힘들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20년 넘게 회사를 다니다가 퇴직 후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가혹한 이야기다. 다행히도 수백만 건의 데이터를 뜯어보면 현실은 우리의 생각과 많이 다르다. 창업 성공의 열쇠는 '젊은 패기'보다 '묵직한 경험'에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부터 실제 통계가 말해주는 창업하기 가장 좋은 나이를 알아보자.

데이터는 창업의 성공이 나이가 아닌 '경험의 깊이'에서 나온다는 것을 보여준다.

40대 중반, 창업의 전성기

미국에서 270만 명의 창업가를 조사한 연구 결과가 있다. 연구팀은 동네 치킨집 같은 일반 자영업뿐만 아니라, 특허를 내거나 투자를 받은 '고성장 스타트업'까지 꼼꼼하게 분류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가장 성과가 좋은 창업가의 평균 나이는 45세였다.

성공의 기준을 더 높여보자. 회사를 주식시장에 상장(IPO)시키거나 다른 기업에 비싸게 매각하는 등, 소위 '대박'을 터뜨린 창업가들만 추려보면 평균 나이는 46.7세로 더 올라간다. 우리가 흔히 아는 20대 청년 재벌 이야기는 통계적으로 보면 아주 드문 '예외'인 셈이다.

어떤 기업을 만들었나? 창업 당시 평균 나이
전체 스타트업 41.8세
성장 속도가 상위 0.1%인 기업 45.0세
상장하거나 매각에 성공한 기업 46.7세

성공 확률로 따져봐도 결과는 같다. 50대 창업자가 상위 0.1%의 초고속 성장 기업을 만들 확률은 30대보다 약 1.8배 높다. 20대와 비교하면 2배 넘게 차이가 난다. 이 성공 확률은 50대 후반까지 쭉 오르다가 60대에 접어들면서 조금씩 내려간다. 재미있는 건, 60대 창업자도 20대보다는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다.

왜 중년의 창업이 더 강할까?

체력도 떨어지고 최신 트렌드도 모를 것 같은 40~60대가 왜 20대를 이기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창업은 아이디어 싸움이 아니라 '경험'과 '사람' 싸움이기 때문이다.

첫째, 해당 분야를 꿰뚫고 있다. 자신이 오랫동안 일했던 업종에서 창업하면 성공 확률이 2배 이상 뛴다. 20년 차 직장인은 그 바닥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안다. 어디서 재료를 싸게 구할지, 고객이 진짜 불편해하는 게 뭔지 훤히 꿰고 있다. 20대가 맨땅에 헤딩하며 배울 때, 중년 창업자는 핵심만 공략한다.

둘째, 내 편이 많다. 비즈니스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전화 한 통으로 믿을 만한 거래처를 뚫고, 옛 동료를 설득해 함께 일하자고 제안할 수 있는 '인맥'은 돈으로도 못 사는 자산이다.

셋째, 버틸 힘이 있다. 초기 자금이 넉넉하고, 조직을 이끌어본 리더십 경험이 있다. 스타트업이 겪는 숱한 위기 상황에서 멘탈이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힘은 연륜에서 나온다.

"실패해 본 적 없는데 괜찮을까?"

흔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한다. 그래서 한 번쯤 망해본 사람이 더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 40~60대에 처음 사업을 하려는 분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도 이것이다. "나는 평생 월급쟁이였는데, 사업 경험이 없어서 망하면 어쩌지?"

하지만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데이터는 안심해도 된다고 말한다. 통계를 보면, 이전에 사업을 했다가 실패한 사람의 재창업 성공률(약 22%)은 생전 처음 창업하는 사람(약 21%)과 별 차이가 없다.

과거에 실패했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법은 배우는 건 아니다. 오히려 나쁜 습관이 생겼을 수도 있다. 그러니 "나는 사업이 처음이라서"라며 위축될 필요가 없다. 회사에서 임원이나 부장으로 승진하며 능력을 검증받았다면, 그 성실함과 관리 능력이 창업 시장에서도 그대로 통한다.

📌 요약: 창업 경험 유무에 따른 성공 확률
  • 성공해본 사람: 다시 해도 성공할 확률 30% (가장 높음)
  • 실패해본 사람: 다시 하면 성공할 확률 22%
  • 처음 하는 사람: 성공할 확률 21%

* 결론: 처음이라고 겁먹지 말자. 실패 경험이 없다고 불리한 건 아니다.

한국이라서 더 유리한 점

우리나라는 특히 중년 창업자에게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정부가 재창업과 중장년 창업을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를 보면 정부 지원을 받은 재창업 기업은 5년 뒤에도 절반 이상(53.1%)이 살아남는다. 일반 기업 생존율의 두 배에 달한다.

지금 한국 스타트업계의 중심도 바뀌고 있다. 성장하는 스타트업 10곳 중 6곳은 40~60대 대표님이 이끌고 있다. 이분들은 정부 지원금이나 멘토링 같은 제도를 아주 똑똑하게 활용해서, 20대보다 훨씬 길게, 튼튼하게 회사를 키워나가고 있다.

나이는 숫자가 아니라 '무기'다

정리하자면, 창업하기 가장 좋은 나이는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이다. 이 시기는 체력은 조금 떨어졌을지 몰라도, 경험과 돈, 그리고 인맥이라는 사업의 3박자가 가장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때다.

4060 세대의 창업은 은퇴 후 소일거리가 아니다. 여러분이 수십 년간 현장에서 쌓은 '진짜 지식'에 젊은 친구들의 기술을 조금만 더하면, 누구도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강력한 회사를 만들 수 있다. 지금 창업을 고민 중이라면, 자신의 나이를 걸림돌이 아니라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생각하자.


참고 자료:
- Azoulay et al. (2020), Age and High-Growth Entrepreneurship
- Gompers et al. (2010), Performance Persistence in Entrepreneurship
- 2022년 창업기업실태조사 (중소벤처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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