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에서 발견된 엄청난 금맥은 과연 경제성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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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검은 황금에서 빛나는 황금으로, 사우디의 새로운 도전
오랫동안 사우디아라비아는 '검은 황금'이라 불리는 석유의 나라였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 아래 매장된 막대한 양의 원유는 사우디를 세계 경제의 중심축 중 하나로 만들었지만, 동시에 유가 변동에 국가 경제가 휘청이는 구조적 취약점을 안겨주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비전 2030(Vision 2030)'은 석유화학에 이은 국가 경제의 '제3의 기둥(Third Pillar)'으로 광업을 지목했다.
최근 사우디 국영 광산 기업 마덴(Ma'aden)이 발표한 아라비안 쉴드(Arabian Shield) 지역의 대규모 금맥 발견은 이러한 국가적 전략이 단순한 구호가 아님을 증명한다. 만수라-마사라(Mansourah-Massarah) 광산을 중심으로 확인된 고품위 금 광맥과 신규 프로젝트들은 사우디가 글로벌 에너지 공급자를 넘어 핵심 광물 공급망의 중심지로 도약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글에서는 이번 발견이 가진 지질학적 의미와 경제성, 그리고 이것이 사우디 경제에 미칠 파급력을 하나씩 알아본다.
아라비안 쉴드의 재발견과 지질학적 잠재력
사우디 서부에 위치한 아라비안 쉴드는 홍해를 사이에 두고 이집트, 수단의 누비안 쉴드와 지질학적 기원을 공유한다. 역사적으로 이집트와 수단이 주요 금 생산지였음을 고려할 때, 아라비안 쉴드 역시 막대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지질학계의 오랜 가설이었다. 그동안 석유 산업의 그늘에 가려져 충분한 탐사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최근 첨단 탐사 기술의 도입으로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이번 발견의 핵심인 만수라-마사라 지역은 화산 활동과 열수 작용이 활발했던 선캄브리아기 지층으로, 금뿐만 아니라 구리, 아연 등 다양한 광물이 매장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마덴은 헥사곤(Hexagon)과 같은 글로벌 기업과 협력하여 지하 수백 미터 아래를 3차원으로 시각화하는 '디지털 마인' 기술을 도입했고, 이를 통해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깊은 곳의 광체 탐사에 성공했다. 이는 사우디 광업이 단순한 자원 채굴을 넘어 기술 집약적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만수라 마사라의 100km 금맥과 놀라운 품위
최근 발견 중 가장 주목해야 할 성과는 단연 만수라-마사라 광산 남쪽으로 뻗어 나가는 약 100km 길이의 거대한 광맥이다. 마덴의 탐사 결과에 따르면, 이 지역의 시추 샘플은 톤당 10.4g(10.4 g/t)에서 최대 20.6g(20.6 g/t)에 달하는 놀라운 금 품위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노천 광산의 경제적 채굴 한계 품위가 1g/t 내외, 지하 광산이 3~5g/t 수준임을 감안하면, 10g/t를 상회하는 품위는 세계적으로도 최상위권에 속한다. 이는 향후 노천 채굴이 종료된 후 지하 채굴 방식으로 전환하더라도 막대한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는 지질학적 근거가 된다. 현재 약 700만 온스로 평가되는 이 지역의 자원량이 추가 탐사를 통해 매장량으로 전환될 경우, 러시아의 수코이 로그나 남아공의 사우스 딥과 같은 세계적인 초대형 광산과 어깨를 나란히 할 가능성이 높다.
차세대 주력 광산 아르 르줌과 신규 프로젝트
만수라-마사라가 현재의 핵심이라면, 아르 르줌(Ar Rjum)은 사우디 광업의 확실한 미래다. 메카 지역 타이프 북동쪽에 위치한 이 광산은 2028년 첫 생산을 목표로 본격적인 개발 단계에 진입했다. 총 360만 온스의 가채광량을 보유한 아르 르줌은 연간 30만 온스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마덴 현재 생산량의 약 60%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또한, 2025년 미래 광물 포럼에서 공개된 와디 알 자우(Wadi Al Jaww)와 자발 샤이반(Jabal Shayban) 역시 주목할 만하다. 와디 알 자우는 지표 20~200m의 얕은 심도에서 광화작용이 확인되어 초기 개발 비용이 낮다는 장점이 있으며, 자발 샤이반은 금과 구리가 함께 매장된 복합 광체로 확인되었다. 특히 구리는 전기차 및 신재생 에너지의 핵심 소재이기에 프로젝트의 경제성을 배가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주요 프로젝트 매장량 및 생산 목표 요약
| 프로젝트명 | 상태 | 주요 특징 및 매장량 |
|---|---|---|
| 만수라-마사라 확장 | 탐사 중 | 100km 구간, 10.4~20.6 g/t의 초고품위 확인 |
| 아르 르줌 | 건설 중 | 360만 온스 매장량, 2028년 연 30만 온스 생산 목표 |
| 와디 알 자우 | 초기 탐사 | 얕은 심도의 노천 광산 잠재력, 빠른 개발 가능 |
| 자발 샤이반 | 재탐사 | 금/구리 복합 광체, 부산물 수익 기대 |
구조적 강세장과 만나는 압도적인 경제성
광산 개발의 성공은 매장량뿐만 아니라 시장 상황에 의해 결정된다. 사우디의 신규 광산들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2025년에서 2030년 사이는 글로벌 금 가격의 구조적 상승기와 맞물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중앙은행들의 지속적인 금 매입세로 인해 금 가격은 온스당 3,000달러를 넘어 4,000달러를 향해 갈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가격 상승은 사우디 금광의 마진율을 획기적으로 높여준다. 통상적인 노천 광산의 생산 비용(AISC)이 1,000~1,300달러 수준임을 고려할 때, 3,000달러 이상의 금 가격은 온스당 2,000달러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의미한다. 아르 르줌 광산 하나만으로도 연간 수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창출할 수 있으며, 이는 투자비 회수 기간을 단축하고 국가 재정에 막대한 기여를 하게 된다. 마덴은 이미 2025년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90% 이상 급증하며 이러한 현금 창출 능력을 입증하고 있다.
기술 혁신으로 난관을 돌파하다
만수라-마사라 광산의 성공 이면에는 기술적 혁신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의 광석은 금이 황화물에 갇혀 있어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추출이 어려운 '난처리성 광석(Refractory Ore)'이다. 마덴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우디 최초로 고온 고압에서 금을 회수하는 '오토클레이브(Autoclave)' 공법을 도입했다.
또한, 물이 부족한 사막 환경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타이프 시의 처리된 폐수를 400km 파이프라인으로 끌어와 공업용수로 활용하는 혁신적인 수자원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태양광 발전 시설을 통합하여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 노력 또한 병행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접근은 환경 비용을 내부화하면서도 운영 리스크를 낮추는 고도의 경제적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비전 2030, 광업이 만드는 사우디의 미래
이번 금맥 발견은 단순한 자원 확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사우디 정부는 광업의 GDP 기여도를 2030년까지 750억 달러로 확대하려 하며, 금은 인산염, 알루미늄과 함께 그 핵심축을 담당한다. 국부펀드(PIF)와 마덴의 합작사인 '마나라 미네랄'을 통해 브라질 발레(Vale) 등 해외 자원 기업에 투자하는 행보 역시, 국내에서 생산된 금을 바탕으로 글로벌 광물 공급망의 통제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더불어 광산 개발은 낙후된 서부 내륙 지역에 도로, 전력 등 인프라를 확충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마덴의 자국민 고용(Saudization) 정책은 지역 청년들을 전문 기술 인력으로 육성하여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금광 발견은 지질학적 행운을 넘어, 준비된 전략과 기술, 그리고 자본이 만들어낸 필연적인 결과다. 2030년, 사우디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톱 티어 금 생산국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참고 자료
[1] Ma'aden Investor Presentation, "Unlocking the Arabian Shield", 2025.
[2] Saudi Vision 2030 Realization Programs, Mining Sector Development.
[3] Global Gold Market Outlook 2025-2030, J.P. Morgan 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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